BRAND STORY
와인을 감상하고, 예술을 맛보다!
Scroll
(글 손진호 사진 및 자료 제공 와이넬)

부르고뉴 ‘네고시앙’의 탄생과 역할
프랑스어 ‘네고시앙(Négociant)’이라는 용어는 ‘협상하다, 중개 알선하다, 장사하다’는 뜻의 프랑스어 ‘Négocier’로부터 파생된 단어다. 따라서 단어적인 네고시앙의 의미는 ‘중개, 알선, 장사하는 주체’라는 뜻이다. 그런데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시스템에서 네고시앙은 단순한 유통업자를 넘어 와인 생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주체다. 부르고뉴 지방의 독특한 토지 소유 구조 때문에 발생한 이 주체의 성격과 특징을 잠시 들여다 보자.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 생산 주체는 크게 ‘도멘느(Domaine)’와 ‘네고시앙’으로 나뉘는데, 네고시앙은 스스로 포도밭을 전부 소유하기보다는, 다른 포도 재배자(Grower)로부터 포도(Grapes) 또는 포도즙(Must), 또는 갓 발효된 와인을 구매해 자신의 셀러에서 숙성(Élevage)시키고 병입해 판매한다. 따라서 네고시앙의 정식 명칭은 ‘네고시앙-엘르뵈르(Négociant-Éleveur)’가 된다.
특히 부르고뉴는 나폴레옹 법전의 상속법 영향으로 토지가 수많은 소유주에게 파편화돼 있다. 소규모 포도밭만을 가진 개인이 양조장 시설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네고시앙들이 여러 소규모 재배자의 포도를 모아 자신의 거대한 지하 셀러(집/Maison)로 가져와 수년간 정성껏 숙성시켜 병입해 판매했던 것이 네고시앙의 유래와 전통과 기능이다.
최근 들어와 네고시앙 회사들은 든든한 자금력과 양질의 인적 자원으로 좋은 포도밭과 포도를 구입하며 개별 도멘느 와인과의 품질 격차를 줄이거나 능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애호가들은 흔히들 개별 생산자인 ‘도멘느 와인’은 좋고, ‘네고시앙 와인’은 품질이 좀 떨어지는 것처럼 이해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필자는 이달의 와인으로 감히 한 네고시앙을 소개하려 한다. 이달의 와이너리는 짧은 설립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그 품질을 인정받고 명성을 구가하는 그야말로 ‘부티크형 초소규모’ 네고시앙 양조장이다.

장 뤽 비투(Jean-Luc Vitoux) 총괄 디렉터
부티크 네고시앙, Les Parcellaires de Saulx
이달의 주인공 ‘레 파셀레르 드 쏘(Les Parcellaires de Saulx)’는 뫼르소(Meursault)에 위치한 100년 역사의 네고시앙 하우스를 기반으로 2017년 9월에 창립된 오뜨꾸뛰르(Haute Couture) 와인 메종(Maison)이다. 2017년 프랑스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미국 출신 부부 드니즈 뒤프레(Denise Dupré)와 마크 누넬리(Mark Nunnelly)는 이 네고시앙을 인수했다. 이들은 또한 2012년에 인수한 샴페인 하우스 르클레르 브리앙(Leclerc Briant), 뤼리(Rully)에 위치한 도멘느 벨빌(Domaine Belleville), 그리고 뽀마르(Pommard)에 위치한 3.63ha 규모의 모노폴 포도밭 클로(Clos)를 보유한 도멘느 드 라 꼬마렌(Domaine de la Commaraine)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이로써 오너 부부는 단일 도멘느 와인과 부르고뉴의 다양한 테루아로부터 생산된 네고시앙 고급 와인들을 하나로 모은 그룹화를 완성했다. 네고시앙 회사의 이름에서 보이는 ‘드 쏘(De Saulx)’는 15세기 도멘느 드 라 꼬마렌을 소유했던 가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새롭게 전개되는 프로젝트가 역사적 정체성과의 연결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파셀레르는 2022년 7월 시설 내 대대적인 공사를 완료해서, 18세기에 지어진 건축물의 옛 위용을 되살려 ‘르 마누아르(Le Manoir) 데 파셀레르 드 쏘’라는 이름의 고급스러운 와인 관광 명소를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시음 및 판매 공간, 와인 저장고 투어뿐만 아니라, 뫼르쏘와 쀨리니-몽하셰(Puligny Montrachet) 포도밭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테라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셀레르 본사가 뫼르쏘 마을의 남서쪽 끝 모퉁이에 있기 때문에, 2층 테라스에 올라가면 근처 포도밭의 드넓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 조건으로 ‘포도밭 뷰 맛집’인 셈이다. 지하에는 1500㎡ 이상의 아름답고 광대한 유서 깊은 셀러를 구비하고 있어 와인을 완벽한 조건에서 생산, 숙성 및 보관할 수 있다.

이자벨 로랑(Isabelle Laurand) 와인메이커
단일 끌리마 와인, Les Parcellaires de Saulx
파셀레르는 장인 정신으로 와인을 만드는 부티크 네고시앙으로서, 부르고뉴 각 지역의 포도밭 재배자들과 협력하며,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도록 독려하고, 장기 계약 재배를 통해 유기농 재배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이들의 와인 생산 원칙은 한 생산자의 한 포도밭으로부터만 포도를 받고, 여러 지역의 포도를 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의 방문을 받은 총괄 디렉터 장 뤽 비투(Jean-Luc Vitoux) 씨는 “우리는 오가닉과 비오디나미 농법을 추구하는 재배자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연 존중 정신을 실현하는 한편, 각 구역의 와인을 블렌딩하지 않고 단독 뀌베로 생산해 떼루아의 개성을 최대한 표현하고자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테루아를 존중하기 위해 네고시앙 이름처럼 ‘파르셀(Parcel=포도밭)’ 별로 독립 방식으로 소량 생산하며, 모든 와인은 단일 원산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여타 네고시앙들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현재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부터 꼬뜨 드 뉘(Côte de Nuits) 지역의 빌라쥬급에서 그랑 크뤼 등급에 이르기까지 30여 개의 아뻴라시옹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 모든 와인의 생산을 직접 책임진 와인메이커는 부르고뉴 출신의 이자벨 로랑(Isabelle Laurand)이다. 유쾌한 인성과 섬세한 손길로 이 소규모 네고시앙 와인에 ‘부티크’ 휘장(?)을 달아 주고 있는 그녀는 지역의 30여 가지 뀌베를 책임지는 셀러 마스터로서, 개별 자연이 담뿍 담긴 포도를 해당 아뻴라씨옹 와인으로 탄생시키는 마법을 발휘하고 있었다. 돌벽의 어둠을 간직한 넓고 깊은 셀러에서는 새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와인들이 싱글 배치(Single Batch)로 소수의 오크통 규모로 생산되고 있었다. 파셀레르의 레드 와인은 아름다운 순수함, 매력적인 과일 향, 흙내음, 실크처럼 부드러운 타닌, 그리고 뚜렷한 신선함을 지니며, 각 아펠라시옹의 매력을 짜릿하게 표현해낸다. 화이트 와인은 미네랄리티와 긴장감, 적절한 무게감, 그리고 상큼한 시트러스 풍미가 가득했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지 『Decanter』와 JancisRobinson.com의 외부 에디터이자 기고가이며, 국제 와인 품평회 Decanter World Wine Awards의 Regional Chair를 맡고 있는 와인마스터 앤디 하워드(Andy Howard MW)는 파셀레르를 “규모는 작지만, ‘레 파셀레르 드 쏘’는 확실히 주목할 만한 고품질 와인 네고시앙입니다. 아직 성장 단계에 있지만, 양조 팀이 각 포도밭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기에 이곳의 품질은 앞으로 더욱 향상될 것이 확실합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모노폴 도멘느 Domaine de la Commaraine
한편, 이 그룹 포트폴리오의 정점에 있는 도멘 드 라 꼬마렌(Domaine de la Commaraine)은 900년 역사를 가진 3.75ha의 Pommard 1er cru Monopole인 ‘Clos de la Commaraine’ 주변의 10여 ha 밭을 모아 단일 농장을 조성했다. 2018년부터 유기농 재배 원칙으로 고수하며, 자연 존중 철학으로 고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끌로 드 라 꼬마렌은 뽀마르에서 가장 유명한 프리미에 크뤼 중 하나며, 부르고뉴 전체에서도 인정받는 끌리마다. 풍성하며, 섬세하고 균형이 잘잡힌 와인을 생산한다. 고색 창연한 12세기의 샤또 건물에서는 5성급 호텔과 레스토랑, 힐링 센터를 갖춘 시설을 오픈했으니, 방문할 가치가 있겠다. 국내에는 3종이 수입된다. 우스갯소리로, 다음에 직접 오너 부부를 만나면 꼭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당신네 그룹 와인들은 모두 다 왜 이렇게 레이블이 심플하냐고...!!^^
시음 와인 4종 리뷰
*시음 와인의 제목 부분 한글 표기는 국내 수입사가 표기한 표기를 따르고,
본문 내용의 발음 표기는 필자의 표기입니다.

1. 부르고뉴 샤르도네(Bourgogne Chardonnay)
일반적으로 AOC Bourgogne 등급은 부르고뉴 전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지는데, 파셀레르의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경우에는 특정 마을의 단일 생산자의 샤르도네 품종으로만 생산한다. 포도는 주로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와 꼬뜨 드 코트 드 샬로네즈(Côte de Chalonnaise)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하니, 가장 좋은 지역의 포도들이다. 토양은 주로 점토(Clay)로 이뤄져 있으며, 일반 지방 단위급과는 다른 농축미와 복합미가 특징이다. 양조된 와인은 1회 사용된 중고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 후 병입된다. 이는 나무 배럴에서의 안정된 숙성과 과하지 않은 은은한 나무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시음한 2021 빈티지 샤르도네 와인은 밝게 빛나는 황금빛 뉘앙스가 아름다운 밝은 노란 색상의 화이트였다. 신선한 오렌지와 레몬, 차분하고도 신선한 버터향이 깃든 수면을 흔드니, 파인애플과 골든 키위의 열대 과일향도 풍기고, 산사나무의 차분한 하얀 꽃향이 5월의 봄바람에 날리듯 퍼진다. 한모금 입에 머금으면,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 특유의 안정된 비중이 실린 첫 터치가 행복한 미소를 갖게 하며, 산뜻한 산미가 주는 경쾌함과 12.5%vol의 부드러운 알코올이 조화를 이루며 혀 위에 안착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카시아꽃, 오렌지꽃향이 상부 부께를 형성하고, 향긋한 바닐라와 따뜻해진 버터 풍미가 저변에 깔리며 섬세하고 복합적인 맛을 보여준다. 확실히 일반 지방 단위 부르고뉴급과는 결이 다르고 뉘앙스가 뚜렷하다. 너무 차지 않게 11~14°C 사이에서 온도에 따른 풍미의 전개를 즐기기 바란다. 참고로, 필자가 마신 가장 고가의 ‘Bourgogne AOC Chardonnay’다~!
2. 페르낭 베르쥴레스 ‘레 꽁보뜨’(Pernand Vergelesses ‘Les Combottes’)
등잔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유명한 ‘꼬르똥 샤를르마뉴 그랑크뤼(Corton-Charlemagne Grand Cru)’ 화이트 와인을 배출하는 꼬르똥 산 바로 뒷쪽 골짜기에 위치해 일반인의 눈에는 잘 안 띄는 마을이 뻬르낭 베르쥴레스다. 그러나 이 마을에도 멋진 프르미에 크뤼 밭이 있고, 더 안쪽 골짜기에는 마을 단위 끌리마인 ‘레 꽁보뜨’가 있다. ‘Combottes’라는 이름은 ‘골짜기 초입’을 의미하는 단어 ‘Combe’에 ‘작은 골짜기’를 의미하는 축소형 접미사가 붙어 만들어진 명칭이다. 완만한 구릉 경사지에 남서향 채광을 가진 이 밭에는 산화철 성분이 풍부한 갈색 석회암 표층 토양으로 형성되어 지속력이 길고 힘찬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양조된 와인은 1회 사용된 중고 프랑스 오크통에서 12~15개월간 숙성 후 병입됐다. 필자가 찾은 자료에 의하면 생산량이 극히 적은 편이다. 평년 기준 약 10개의 오크통, 즉 250상자의 와인만이 생산된다니 이 와인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필자가 시음한 2020 빈티지 ‘레 꽁보뜨’는 밝고 진한 황금색에 연록색 뉘앙스가 선명한 멋진 샤르도네 컬러다. 싱그런 라임과 새콤한 레몬향의 조화가 신비롭다. 물오른 황도 복숭아와 사과향에 멋진 허브향이 이어진다. 그린 올리브, 타임, 세이지 허브 터널을 지나면, 강한 산도에서 풍겨 나오는 단단한 미네랄이 향이 돼 뻗친다. 다시 부드러운 구운 빵 케이크, 서양배의 달콤함과 모과 풍미도 매력적이다. 시간이 흐르면 싱그러운 버터향이 구수한 견과류 풍미와 함께 올라온다. ‘개암’이라 불리는 해즐럿의 고소함도 매우 고급스럽다. 입에서는 깨끗한 미네랄, 미디엄-풀 보디의 무게감에 가뿐한 12.5%vol의 알코올이 이 샤르도네의 우아한 기품을 해치지 않아 마음에 든다. 30분 정도의 디캔팅(브리딩)을 추천하며, 물론 온도는 중요해서 13~14°C 전후로 시음 느낌이 좋으니 아이스버킷이 필요하다. 오렌지 허브 샐러드와 감자 뇨끼 파스타를 거쳐, 크림 소스의 농어 스테이크까지 아주 잘 어울렸다.
3. 부르고뉴 피노누아(Bourgogne Pinot Noir)
앞선 샤르도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AOC Bourgogne 등급 피노 누아도 특정 마을의 단일 생산자의 피노 누아 품종으로만 생산됐다. 피노가 공급된 포도밭 토양은 갈색의 석회암과 조개 등의 화석이 함유된 점토와 충적토(Silt)로 이뤄진 토양으로, 우아함과 함께 비교적 높은 바디감과 구조감을 지닌 와인이 생산되는 특질을 가졌다. 양조를 마친 와인은 1회 사용된 중고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 후 병입됐다.
필자가 시음한 피노는 2023년 빈티지였는데, 부르고뉴 2023 빈티지는 매우 생산량이 많았던 해로, 잘 익은 과일의 풍미가 좋고, 부드러운 타닌이 특징적이다. 수정같이 빛나는 영롱한 루비 칼라가 서둘러 글라스를 들어 올리게 유혹했다. 잘 익은 산딸기에 딸기향까지 느껴질 정도로 잘 익은 빈티지 해의 특징은 진하게 나타난다. 약간 블루 베리가 등장하는 듯 하다가 장미꽃으로 바톤 터치하고, 이어서 향긋한 화장품 퍼퓸이 화려하게 등장하는 피날레를 연출한다. 맛에서는 높은 산도에 타닌이 등장하니 미네랄 풍미가 적극적으로 느껴져, 꽤 강한 지방 단위급 피노의 위용을 보여준다. 레이블에 적힌 알코올 도수가 12%vol이어서, 약한 바디감의 피노를 연상했었는데, 전반적인 농축미와 복합미가 뛰어나 입맛의 진함이 알코올의 부족분을 충분히 메꿨다. 숙성 잠재력과 함께 농익은 과일의 풍미도 진해서 이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부르고뉴 와인이 꼬뜨 드 본느의 어느 명성 높은 테루아에서 생산된 등급 하향 조정 와인이라고 오판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5000병 정도 한정 생산됐고, 역시나 필자가 마신 가장 비싼 부르고뉴 지방 단위급 피노 와인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4. 본 ‘레 프레볼’(Beaune ‘Les Prévoles’)
부르고뉴 와인 산업의 중심 도시 ‘본’은 꼬뜨 드 본 언덕의 황금같은 구릉 지대를 도시 서편에 끼고 있어, 양탄자 같은 멋진 포도밭들이 드넓게 프르미에 크뤼(1급)로 지정돼 있는 훌륭한 와인 산지다. 마을 단위급 포도밭은 그보다 높은 고도 부위와 골짜기에 있는데, 해발 250m 고도에 점토가 혼합된 석회질 이회토 포도밭은 대부분 남동향으로 다행히 최적의 채광을 가지고 있다. 그중 아마도 가장 돌이 많아 경작하기 힘들고 어려운 밭이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고, 그 때문에 ‘프레볼(Prévolles)’이라고 붙여진 이름의 밭도 있었나 보다. ‘레 프레볼’ 끌리마는 본 시 남쪽에 위치한 점토-석회질 토양으로, 꽁브 드 부즈(Combe de Bouze)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의 영향을 받고, 고도가 높은 편이라 토양 구성은 모래보다는 점토의 비중이 더 큰 것이 이 곳 와인에 영향을 미친다. 양조를 마친 와인은 1년 사용된 중고 프랑스 오크통에서 18개월간 숙성 후 병입됐다.
필자가 시음한 2021 빈티지 레 프레볼은 진한 루비 보석 색상으로, 잔 뒤로 테이스팅 용지의 글자가 보일 듯 말 듯한 진한 피노다. 향에서는 처음부터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붉은 과일, 베리류의 강한 발산이 느껴진다. 첫 향은 산딸기와 레드 커런트, 하얀 후추에서 전해지는 이국적인 알싸함이, 시간이 지나자, 장미꽃과 다크 체리, 숲의 부식토 등 매우 섬세하고 미묘한 향이 추가된다. 입안에서도 더없이 신선하다. 2021 빈티지 특유의 잘익은 과일이 주는 감미와 고도 효과가 주는 강한 산미가 맞물려 구조감과 미네랄 특성을 힘 좋게 보여주고 있다. 시음 초기에는 진하고 복합미가 넘치는 풍요로움에 타닌이 비교적 풍부하게 느껴져, 다소 아랫마을 뽀마르같은 단단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그러나 시음 말미에는 12.5%vol의 비교적 낮은 알코올이 주는 섬세함으로 다시 부드러움 가득한 ‘본AOC’ 느낌으로 돌아온다. 고급 피노 와인은 온도 관리가 생명이다. 15~16도 사이가 시음하기에는 최적이다. 지금 마셔도 아주 좋았고, 5년 후까지 숙성시켜 둘 수 있겠다. 음식은 연어와 포르치니 버섯을 올리브유 두른 팬 프라이드로 구워서 발사믹과 후추를 뿌린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피노에는 음식도 가벼운 것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