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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감상하고, 예술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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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진호 사진 및 자료 제공 와이넬)
포도나무 양탄자로 뒤덮힌 꿈의 와인 산지, Piemonte Langhe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피에몬테 지방은 프랑스, 스위스와의 국경 지역에 있다. 알프스의 고담준봉 중 하나인 몬테로사(Monte Rosa 4,634m)가 있고, 그 눈 녹은 맑은 물이 흘러 만든 마죠레 호수(Lago Maggiore)와 이탈리아 최대인 포(Po) 강이 발원해 대지를 적신다. 주도 토리노(Tprino)를 지나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리구리아 해안 산맥을 넘기 전에 환상적인 랑게(Langhe) & 로에로(Roero) 그리고 몬페라토(Monferrato) 구릉 지대를 접한다. 이 삼각 지대가 피에몬테 와인 산지의 핵심 지구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랑게 지구 지도]
이 구릉 지역은 약 3000만 년 전 제3기 지질기를 지나면서 생겨났고, 오랜 기간 바다로 덮여 있었기에 긴 시기 동안에 형성된 해양성 퇴적물이 기반 토질이다. 그 후 현재의 알프스산맥이 있게 한 강력한 조산 활동의 결과 육지로 솟아 오르게 됐기 때문에, 바다에 묻혔을 때 형성된 석회질 이회토와 육지의 점토로 구성된 특별한 토양의 복합성을 가지게 됐다. 이 점이 랑게 주변 지역 와인의 개성과 품질을 형성한다. 랑게 생산자들은 지난 수 세기에 걸쳐 이 구릉 지대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품종을 성공적으로 재배해 왔다. 약 100여 종의 토착 품종이 재배되고 있는데, 핵심 품종은 약 20여 종이다. 전통적으로 이들 품종을 독자적으로 양조해 와인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각 품종 와인은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적포도로서 최고 품종인 네비올로(Nebbiolo), 최대 품종인 바르베라(Barbera), 부드러운 돌체토(Dolcetto)가 재배되고 있고, 청포도로는 아르네이스(Arneis), 코르테제(Cortese), 모스카토(Moscato)가 대표 품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랑게 지구는 집 건물과 도로를 뺀 나머지 땅이 거의 대부분 포도밭으로 뒤덮여져 하늘에서 보면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놀라운 경관을 형성하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품질이 세계 최정상급 수준이므로, 2014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선정됐다. 이달의 와이너리도 이 랑게 지구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랑게지구 포도밭 전경]
미래를 향해 열린 전통의 문, BATASIOLO
이달의 와이너리 ‘베니 디 바타시올로(Beni di Batasiolo)’는 1978년에 돌리아니(Dogliani) 형제가 라모라(La Morra) 지역에서 1800년대부터 포도를 재배해 온, 역사적인 키올라(Kiola) 농장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돌리아니 가문은 피에몬테 랑게 지역에서 포도 재배를 시작한 지 4세대 이상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1978년 형 마타리노(Mattarino Dogliani)가 라 모라를 위시한 바롤로 주변 지구의 7개 에스테이트를 인수하면서 돌리아니 가문의 기존 양조 사업(Vinicola)과 합쳐져 본격적인 와이너리 운영이 시작됐다. 이후 동생 피오렌조(Fiorenzo Dogliani)가 회사 CEO로 활동하면서 브랜드 글로벌화를 이끌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포도원에서 일했고, 성인이 되어서 미국·아시아 시장에 바롤로를 알리며 수출을 개척해 왔다. 바롤로에서 가장 유명한 네비올로 포도밭이 위치한 7개의 에스테이트와 포도밭을 인수한 해인 1978년부터 현재까지 돌리아니 가문은 쿠네오 지방에 위치한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랑게 지구에 깊이 뿌리를 내린 농민 집안으로서 땅에 대한 존중과 랑게 주민들에 대한 깊은 연대감을 가져왔다. 이런 철학 하에 돌리아니 가문은 키올라 양조장을 수하면서, 사명을 ‘베니 디 바타시올로(Beni di Batasiolo)’라는 이름으로 개칭하는데, 앞부분 용어인 ‘베니’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역의 옛 방언에서 ‘토지, 재산, 소유지(estate)’를 의미한다. 이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와이너리와 포도밭 간의 깊은 연관성과 주인 의식(Estate Pride)을 함축하고 있다. 바타시올로에게 ‘베니’라는 용어는 포도밭, 지역, 인간의 개입이 합쳐져 탁월함을 이룬다는 테루아 개념과 유사한 독특한 맥락을 표현하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Batasiolo’라는 이름은 라 모라(La Morra) 마을에 위치한 ‘바타시올로 포도밭(Batasiolo Vineyard)’의 이름에서 따왔다. 실제로 바타시올로 와이너리의 본사가 바로 이곳에 있다. 즉, ‘Beni di Batasiolo’는 ‘바타시올로 포도밭(Estate)의 소유지’라는 뜻이 되며, 포도밭과 와이너리의 본질적인 연결을 강조하는 이름인 것이다. 현재 돌리아니 가문은 총 9개 ‘Beni(Farmhouse/Vineyard Estate)’를 소유하고 있어, 브랜드명으로 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가문의 유산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으로 인식된다. 현재 마타리노 돌리아니와 피오렌조 돌리아니 모두 은퇴했으며, 그 자녀들이 운영하고 있다.
[바타시올로 첨단 양조장 셀러]
규모와 디테일, 두 마리 토끼를 잡다, BATASIOLO
바타시올로 와이너리 본사(대문사진)는 지역 거점 도시인 알바(Alba)시에서 남서쪽으로 20분 거리인 바롤로 마을에 있으며, 마을 입구 오른편에 멋지게 단장된 영빈실과 시음 공간, 현대적 감각의 대형 셀러가 있어 방문객을 사로잡고 있다.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의 모든 단계는 이 땅 랑게를 가감없이 표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포도밭 관리는 전통에 충실하고, 양조장에서는 현대적 지혜를 발휘하지요~!” 본사를 방문한 필자에게 가이드는 이렇게 설명하며 투어를 시작했다. 방문객들은 셀러의 각 구역이 어떻게 포도로부터 최상의 맛을 끌어내기 위해 설계됐는지 직접 체험하고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투어는 수확한 포도가 압착 구역, 발효 구역, 대형 오크통이 있는 와인 배럴 저장고, 작은 바리크 저장고를 거쳐 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바리끄 룸으로서, 마치 우주 안드로메다로 가는 초현대식 우주선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히 놀라운 디자인의 예술 작품이었다. 요염한 짙은 석류색 천장의 기하학적 무늬와 금속 기둥이 매우 현대적인데, 그 아래에는 전통의 상징인 오크 나무통이 도열해 있다. 상부는 미래를, 하부는 전통을 상징하고 있다. 바타시올로 와이너리는 놀랍게도 40여 개의 다채로운 타입과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소규모 와이너리가 많은 랑게 지역에서 돌리아니 가문은 가족 경영을 이어오며 110ha가 넘는 규모의 바타시올로 와인을 놀라울만큼 능숙하게 통합해내고 있다. 우선 최상급 ‘Barolo Cru’ 라인에서는 회사의 상징인 싱글 빈야드 5개 크뤼를 생산한다. 체레뀌오, 부르나테, 부시아, 보스까레또 그리고 전설적인 브리꼴리나다. 그 아래로 13개의 ‘Premium’ 라인이 있으니, 바롤로 베니 & 리제르바 등 랑게 주변 지역의 대표적 DOC&G 산지의 최상품 포도밭을 특별 뀌베 레이블로 생산한 라인업이다.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주옥같은 와인 포트폴리오가 이 라인에 있다. 그 밑으로 10개의 일반 뀌베 라인은 가성비를 추구하는 일상 소비자의 요구에 완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근사한 라인업인데, 바타시올로는 랑게 생산자로서는 매우 드물게도 다채로운 스파클링을 생산한다. 탱크 발효 방식의 스파클링이 5종이고, 병입발효방식의 스파클링도 2개나 된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라빠 & 리꾀르 라인이 5개나 된다는 것~! 진정 미식 친화적인 생산자가 아닐 수 없다. 바타시올로 한 회사의 와인만으로도 겹치지 않고도 여러 번의 만찬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 어떤 와이너리가 이런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베풀 수 있을까~!
시음 와인 6종 리뷰
스푸만테 메토도 클라시코
전통적인 스파클링 와인 생산지가 아닌 지역에서 ‘전통적인 방법(Metodo Classico)’으로 스파클링을 생산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적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바타시올로는 진중한 피에몬테의 레드 와인인 바롤로를 중심으로 생산하는 회사기 때문에, 필자는 이 스파클링 와인을 시음하기에 앞서 색다른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찼다. 시음한 2018 빈티지 스파클링은 지역에서 수확한 피노 네로(=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부드럽게 압착해 저온에서 1차 발효과정을 거친 후, 이듬해 봄, 여러 배럴의 와인을 최적 비율로 블렌딩해 병입 2차 발효를 진행했다. 최소 3년 4개월 이상되는 긴 시간 효모의 잔해위에서 숙성, 오감을 만족시키는 스파클링으로 탄생했다. 프랑스 샹파뉴의 일반 뀌베보다 더 길게 숙성시킨다는 것이 놀랍다. 과연 시각적으로도 기포가 매우 조밀하고 미세하며 발포력이 뛰어나다. 맑고 깨끗한 은빛을 띤 노란색 버블의 향연을 감상하며 코로 가져가면 라임과 청사과 등 신선한 과일향에 구수한 빵, 토스트, 효모향이 숙성 연륜을 말해주며, 산사나무, 히야신스 꽃향이 은은하게 아름답게 구성돼 풍겨온다. 알코올 도수 12.5%의 타이트한 몸매에, 높은 산미가 주는 경쾌함과 미네랄의 긴장도를 겸비한 미감을 가졌다. 마지막 산미가 인상적으로 길게 이어지며 미네랄과 여린 쓴맛을 주며 사라지는 매혹적인 스파클링이다. 가리비 관자 요리나 각종 샐러드, 카나페에 아페리티프로서 최적의 선택이리라.
가비 디 가비 그라네
겸손하고 예의 바른(Cortes')’ 프랑크 왕국의 공주 가비아(Gavia)와 이곳으로 피신온 그녀를 돌봐준 동네 주민들의 훈훈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마을 가비~! 그 곳에는 그녀를 닯은 화사한 화이트 와인이 만들어 지고 있어, 피에몬테 화이트 와인의 명성을 높여 주고 있다. 1974년에 DOC로 책정되고, 1998년에 DOCG로 승격된 가비 와인은 인근 11개 마을에서 생산되는데, 핵심 지구인 가비 마을 포도로만 생산됐을 경우, 이 와인처럼 ‘Gavi di Gavi’라고 명시할 수 있다. 뀌베명 ‘Granée’는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이 지역이 옛 사보이 왕국의 영토였던 만큼 프랑스어로된 다양한 표현이 남아 있는데, 프랑스어 ‘Grain(곡물, 곡식, 낱알)’의 의미로 봐서, 이 지역의 비옥한 농업 특성을 표시한 표현일 수 있으며, 이것이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있을 듯하다. 그라네는 코르테제 품종 100%로 생산됐으며, 고유의 꽃향기와 과일향을 살리기 위해,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숙성됐다. 2021 빈티지는 아카시아, 산사나무, 프리지아 등 꽃이 핀 화단에 들어선 기분좋은 퍼퓸이 느껴지며, 입에서는 라임과 살구의 산미와 견과류를 동반한 미네랄의 싱그러움, 우아한 부드러움, 익은 복숭아 풍미가 좋았다. 부라타 치즈 카프레제, 전복 리조또, 카르보나라 파스타, 순한 생선 스테이크, 해물전, 딤섬 등을 추천한다. James Suckling 91점을 받았다.
로에로 아르네이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나 나올 법한 이름을 가진 ‘아르네이스’ 품종은 한동안 잊혀져 사멸 위기에 있었는데, 몇몇 양조장에서 단품종 와인으로 생산되며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다가 1980년대 현대식 화이트 와인 양조 공법이 도입되면서부터 점점 그 가치가 부각되기 시작했고, 오늘날 완벽하고도 화려하게 부활했으며, 지금은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청포도 품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바타시올로 양조팀은 9월 중순 손수확한 아르네이스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하여 온도 제어가 가능한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를 진행했고, 추가로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 후 병입하고 있다. 이는 미네랄이 가장 큰 특징인 아르네이스 품종의 개성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음한 2023 아르네이스는 병 패키지부터 연한 카키 색상 레이블이 매우 감각적이라고 느꼈는데, 실제 와인 색상도 연한 노란색에 황록빛 색조를 띠고 있어서 시각적으로도 싱그러웠다. 고상한 백도와 상큼한 사과향, 개성있는 카모마일 허브 향에 사프란의 금속적 터치가 가미된 미네랄 풍미가 일품이다. 입에서는 높은 산미와 단단한 보디감, 알코올의 무게감 그리고 쌉싸래한 미네랄 풍미까지 산뜻하고 균형이 잘 잡혀 있다. 13.5%vol의 준수한 알코올이 주는 힘과 구조감이 좋으며, 응축미를 품고 있는 수준급 화이트다. 폭염이 이어지는 한 여름, 바닷가나 산 계곡, 강변 테라스에서 생선회, 조개구이, 찐 갑각류프. 라이드 치킨, 해물전 등과 잘 어울릴 청량한 화이트로 추천한다.
바르베라 다스티 사브리
산지오베제 이상 가는 높은 천연 산미를 가진 바르베라 품종은 타닌도 적지 않기에, 산과 타닌의 불안한 조합으로 인한 미감의 불편함으로 오랫동안 이급 품종 취급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기후 온난화와 함께 포도의 당도가 올라 가고, 타닌이 잘 익게 되면서, 이 둘은 서로가 가진 각을 깍아 내면서 둥글게 궁합을 맞추게 됐다. 그 결과, 네비올로를 능가하는 힘찬 바르베라 와인이 등장하기도 하며, 일단 숫적으로도 피에몬테 최대 적포도 품종이니, 앞으로 바르베라 품종의 미래는 밝다고 보겠다. 뀌베명 ‘SaBri’는 오너 피오렌쪼 돌리아니의 딸 이름 사브리나(Sabrina)에서 따왔다니, 가족을 사랑하는 애정이 넘치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2021 사브리는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했고,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로 옮겨 6개월간 추가 숙성 후 병입됐다. 진한 흑적색 레드 색상에 산딸기와 블랙 베리, 검은 자두와 검은 체리향이 풍성하게 발산되며, 토스트, 삼나무, 검은 후추향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베르베라의 DNA가 표현된 강한 산미는 매끈한 타닌과 14.5%vol의 비중감 있는 알코올에 코팅돼 균형감을 보여준다. 아울러 마시는 내내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병의 상단 어깨 부위 3곳에 ‘Batasiolo’ 글자가 매우 뚜렷하고 깊게 조각된 부분이었는데, 입안에서의 재질감과 개성이 마치 이 양각된 글자와 같은 위용을 느꼈다. 등심 스테이크, 바비큐, 양꼬치 구이와 함께 드시기를~!
랑게 네비올로
네비올로는 정말 섬세한 품종이다. 마치 피노와 같다. 피노에 칼칼한 타닌과 묵직한 향을 입히면 네비올로다. 피에몬테 전역에서 네비올로가 재배되는데, 보다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마을 원산지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랑게 구릉지대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면 ‘Langhe Nebbiolo’ 이름을 받는다. 이 명칭은 네비올로의 섬세함을 충분히 느끼면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도 바로 마실 수 있는 편안한 바디감과 순한 타닌을 가지고 있기에, ‘작은 바롤로(Little Barolo)’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피에몬테의 대표 레드 와인으로서 필자가 정말 애정하고 어디나 가지고 다니며 마시는 와인이다. 2021 네비올로는 발효 후 약 6개월간 슬라보니아산 대형 오크조에서 숙성했다. 이 지역에서 네비올로를 생산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다. 그 결과, 글라스 안에서는 신비스런 연한 갸닛 뉘앙스를 띠며, 제비꽃과 장미꽃, 제라늄의 미묘한 향기가 전형적으로 나타나며, 저변에는 마른 낙엽과 들판의 먼지향, 정향과 삼나무 향이 은은하게 깔려 있어 작은 고급스러움을 준다. 당도와 산미는 부드럽게 잘 균형을 이루고 질감은 매우 말쑥하며 매끄러운데, 특유의 타닌감은 벨벳처럼 존재감을 드러낸다. 5~7년 정도 병입 숙성이 가능하며, 시음 전 1시간 정도의 브리딩을 권한다. 다양한 버섯을 넣은 크림 리조또, 버섯 볶음, 광양불고기, 안심 스테이크에 잘 어울리겠다.
바롤로 베니
바롤로 ‘베니’는 바타시올로가 소유한 바롤로 지역 내 포도밭 중, 각 마을의 우수한 구획에서 선별된 네비올로로 양조한 와인이다. ‘베니(Beni)’는 바타시올로가 직접 소유 관리하는 포도밭을 의미하며, 이 와인은 그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구역의 포도만을 사용한다. 기본급 바롤로보다 더 정제된 풍미와 구조감을 지니며, 바타시올로의 바롤로 포트폴리오에서 ‘융합형’ 프리미엄 바롤로 스타일을 구현한 것이 아닐까 평가해 본다. 베니는 12일간의 발효 중 정기적으로 펌핑 오버(Pumping-over) 기법을 실행해 포도 껍질에서 색, 타닌, 향을 효과적으로 추출, 와인의 구조감과 복합성을 높인다. 발효를 마친 와인은 슬라보니아산 오크 배럴에서 약 2년간 숙성한 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로 옮겨 최소 12개월 이상 추가 숙성한다. 이 과정에서 와인은 점차 세련미를 갖추며, 시음 적기에 도달하면 병입 후 안정화를 거쳐 출고된다. 시음한 ‘2020 베니 바롤로’는 짙은 석류색 중심부에 고아한 보랏빛 뉘앙스가 살짝 비치는 아름다운 칼라를 가지며, 산딸기, 짙은 제비꽃향, 말린 장미향과 후추, 계피, 육두구, 황기 등 향신료와 약초향이 저변에 깔려 있다. 1시간 정도 후에는 숲속의 촉촉한 이끼와 나무 껍질, 부엽토 향이 등장하며, 향긋한 감초와 파이프담배, 건초 분위기가 피니시로 이어진다. 뛰어난 농축미의 바디감과 알코올의 힘, 깔깔한 타닌, 충분한 산미와 감초의 감미로운 풍미가 근사한 조화를 이룬다. 1시간 정도의 디캔터 브리딩을 거쳐, 피에몬테 특식 오쏘부코, 야생 버섯 리조또, 티본 스테이크, 숙성된 치즈 와의 만찬을 즐겨 보자. James Suckling 94점을 받았다.